“아담이 눈뜰 때” (1990) 글 장정일

<아담이 눈뜰 때> (1990) 글 장정일

홀덴 콜필드 1980년대 말 서울을 배회하다.

 

2016년 6월

그레고리 C. 이브츠

 

정지. 당신의 삶에 정지 버튼을 누른다. 당신의 도시에 정지 버튼을 누른다. 모두가 멈춘다. 하지만 당신은 계속 움직인다. 계속 움직이며 활동한다. 전 세계가 얼어붙는다. 달리던 차가 멈추고 훨훨 날던 나비가 멈추며 껑충대던 개도 멈춘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모든 것이 정지한다. 하지만 당신은 계속 걸어 다니며 그렇게 일년을 지낸다. 오롯한 일년을. 그리고 정지 버튼을 해제한다. 탁! 사람들이 당신과 함께, 주위에서 움직인다. 당신도 그들의 물결 속에 흘러 들며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장정일(1962년 생)의 소설 <아담이 눈뜰 때>(1990)에서 아이는 10대부터20대 초반까지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배운다. 잘못된 시기에 벌어지는 온갖 잘못된 것들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대체로 우리 모두가20대에 저지르는 동일한 실수를 범하면서 말이다. 그의 주위에는 1980년대 후반 팝송과 수 많은 책, 에드바르 뭉크의 <사춘기>가 존재한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성경의 아담처럼, 처음 눈을 뜨는 아기처럼,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하는 <사춘기>의 모델같이, 그렇게 작품의 주인공은 일년 동안 정지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생을 이어간다. 작가는 이 작품을 28세에 썼다.

 

<아담이 눈뜰 때>는 1990년 발표 당시 충격적이고 현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오늘날 이 작품에 놀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전히 1980년대 후반 한국의 “성장소설(Bildungsroman)”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모든 주요 사건이 이 작품에 등장한다. 섹스와 알코올,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문학, 예술, 서적, 더 많은 섹스, 독서, 늦은 밤, 긴 산책, 사색과 정치,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변화. 그리고 당연히 올림픽 깃발.

 

주인공은 자신의 이야기를 대학 입학 시험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지방대학교에 진학해 장학금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다 무시한다. 그는 수도에 있는 유명 대학교에 진학하기 원했다. 따라서 그는 다른 대안은 실패라고 생각하고 재수를 결심한다. 그는 마치 “안될 이유라도 있나?”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작품 속 어머니는 그의 결정을 지지하고 형은 대학원 유학을 떠나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한 여자친구로부터 “아담”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한숨을 쉰다. 어깨를 으쓱하고는 일년 동안 서울을 배회한다.

 

이러한 무관심—만약 두 개념을 조합할 수 있다면 그의 무심한 고뇌는 6쪽(번역본 기준)에 묘사된다. “낙방한 순간부터 세상과 나는 서로 소원해져 버렸다.” 그는 대입에 실패했고 일년간 재수생이 되기로 한다. 한 해 동안 서울을 배회하며 살 것이다. 뭉크의 작품을 본다. 롤링스톤즈의 음악을 듣고 철학 서적을 읽는다. 재수 일년간 그는 몇몇 여자친구를 만난다. 작품 말미에 주인공은 다시 대입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생은 계속된다.

 

아담은 여자친구 은선과 아래 시를 쓴다.

 

<12월>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나는 일찍 죽은 자들만 믿을 뿐이야

나는 마약을 먹고 미친 자들만 믿을 뿐이야

이를테면

나는 ‘J’로 이름을 시작하는 자들만 믿을 뿐이야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같은

무시무시한 가수들만을

 

일찍 죽거나

마약을 먹거나

이 세계에서는 가능한 일이야

한꺼번에 두 가지를 실행한대도

가십조차 안 되지

 

그것만이 진실한 거야

그것만이

 

극중극처럼 작가의 시는 자신의 소설을 요약하고 있다.

 

시기

아담이 서울을 배회한 일년은 그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고려할 때 시대를 초월한다. 그래도 1990년에 집필된 이 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 후반의 한국으로 설정돼있다. 그렇다면 1980년대 후반 한국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바로 스포츠와 정치다.

 

스포츠

서울은 1986년 10월 개막한 제10회 아시아경기대회의 개최지로, 서울에서 열린 최초의 대형 스포츠 행사였다. 이어서 서울은 1988년 9~10월 제24회 올림픽경기대회를 개최했다. 이 시기 한국의 GDP는 급성장했고 비행기와 기차, 자동차가 어디에나 있었다. 재물의 신 마몬의 기세가 등등했다. 국가주의자와 중년 남성, 민족주의자, 광신적 애국주의자 모두가 이 경기들을 ‘우리 민족’에 대한 명예와 체면, 존경을 갖춘 ‘대각성’으로 간주했다. 상흔이 남아있는 한국 사회는 외부로부터 인정을 갈구했고 세계가 이 나라의 성공을 “이해하기” 바랐다. 이는 즉 합작(collaboration), 부패(corruption), 편법(cut corners), 이 세 가지를 너무 자세히 살피지 말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신문과 사설, 언론 전체가 자부심에 고취돼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며 국기를 휘날렸다.

 

정치

하지만 스포츠 외에 정치도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 핵심 요소였다. 작가가 25세가 된 1987년은 현대 한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였다. 1987년 12월 직선제가 도입된 후 최초로 대통령 선거가 열리며 제6공화국의 막이 올랐다. 민주주의의 불길이 일었지만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침울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사회의 변화를 감지한다.

 

“나뿐 아니라 사춘기의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서, 더러운 정치모리배들에 의해 진실이 뒤집힌 것을 목격한 우리 세대는, 앞으로 몇 년 뒤에 엄청난 숫자의 정치 무관심자들을 양산할 것이다.”

 

전 육군 사령관이었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득표율은 36.6%에 그쳤다. 2016년 현재 이 전 대통령의 장남은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무관심

이처럼 국민이 군부로부터 잡으면서 국가주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 같은 시대정신(Zeitgeist)과 대조적으로 주인공 아담은 그 모든 일에 양면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는 국가주의나 애국주의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전반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자신의 삶에 더 직접적인 것들—롤링스톤즈와 에드바르 뭉크, 연인, 예술, 음악, 책—이 더 중요하다. 그는 사회에 상관하지 않는다. 자체로 자유로운 인간이다.

 

5쪽(번역서 기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모든 욕망을 비워낼 줄 알게 된 이는 어느새 자신을 완전히 다스릴 줄 아는 완전한 자유인, 곧 내 자신의 독재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세계관은 불교신자에 가깝다.

 

책에 대해서

장정일은 1990년 그의 나이 28세에 <아담이 눈뜰 때>를 발표했다. 공식 학력은 중졸이지만 그는 글을 잘 썼다. 이 소설은 1993년 김호선 감독의 영화로 제작됐고 지금까지 네이버 영화에서 평점 10점 만점 기준 7.33점을 기록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몇 년 후인 1996년 장정일은 그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음란문서”라는 혐의로 법정 구속된다.

 

<아담이 눈뜰 때>를 읽는 독자라면 음악을 준비하자. 케이씨 앤드 더 선샤인 밴드의 “Please Don’t Go,” 롤링스톤즈의 “Wild Horses” 샤데이의 “Jezebel,” 짐 모리슨의 “Light My Fire.” 작품은 보이 조지, 마이클 잭슨, 왬!, F.R. 데이비드, 유리드믹스의 음악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짐 모리슨과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을 “거룩한 3대 J(Three Holy Js)”라고 부른다.

 

장정일이 이 작품의 후속편을 써서 주인공이 30대에 접어들며 어떻게 “정말 어른”이 되는지 볼 수 있었다면 흥미로웠을 테지만, 중년의 삶은 또 그리 흥미롭지 않을 터이다.

 

<아담이 눈뜰 때>는 2013년 황선애와 호러스J. 하지스(Horace J. Hodges) 번역으로 영역본이 출간됐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달키 아카이브 출판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국문학총서의 일환으로 영역본은 현재 아마존(Amazon)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의 삶에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시간이 멈춰버린 세상에서 잠시 한 사람의 성장기 <아담이 눈뜰 때>를 읽어보자. 멋진 여행이다. 그리고 정지 버튼을 해지한다. 생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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