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1990) 글∙현기영

“지상에 숟가락 하나” (1990)

글∙현기영

번역∙제니퍼 M. 리 (2013)

 

2016년 7월

그레고리 C. 이브츠

 

아버지, 함박이굴∙시원, 돼지코, 집, 증조할아버지, 눈속의 한라산, 바람까마귀, 시국 연설회, 산군∙산폭도, 장두의 최후, 누렁코, 전깃불, 팥벌레, 허기, 바닷게 깅이, 가뭄, 비 마중, 그신새 도깨비, 아침 속의 제비 떼, 파도타기, 물귀신, 젖, 자장가, 외짝귀, 늑막염, 글쓰기, ‘삶은 살’의 짝사랑, 말미잘, 순결의 백합꽃, 나의 사랑 아니마, 코가 가득 차면 풀어야지. 마지막으로 귀향연습에서 작가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제주도에 간다.

 

작가 현기영은 1999년 58세에 작가는 자신의 성장기를 돌아보며 소설 속 유년 시절을 장으로 나누지 않았다. 대신 각 3~5쪽 분량의 짧은 이야기를 설명하는 간략한 소제목으로 구분했다. 총 330쪽인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150여 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다. 대부분이 매우 짧다. 가장 긴 이야기는 10쪽을 오롯이 채우는 마지막 소제목 “귀향연습”으로 여기서 화자는 서울을 떠나 제주도로 간다. 이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 회고록 모음에 가까운데 독자는 마치 <코란>을 읽는 듯 하다. 임의로 펼쳐서 어느 이야기를 읽어도 일반적인 인생의 화두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작가는 1940~60년대 제주에서 보낸 성장기의 경험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독자는 때로 어색할 정도로 순진무구하게 등장인물과 함께 산에 오르고 바다에서 미역을 감고 아이들과 뛰논다. 화자가 척박한 땅, 쓰라린 배라고 묘사한 허기진 시절도 있었다. 강풍과 비바람이 몰아치고 한밤 중 지붕 위에는 도깨비가 있다. 독자는 아마도 화자가 항문에서 회충을 잡아 뺀 경험이나 누런 콧물을 설명할 때 역겨움을 느끼거나 교태 부리는 30대 여자의 나체를 몰래 보는 장면을 설명할 때는 민망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제주도 주민들에게 자행한 참수, 죽창 공격, 잘린 귀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이 작품의 영어 번역자는 이 사태를 “제주 학살(The Cheju Massacre)”이라고 옮겼다.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제주 봉기(Jeju Uprising)”이라고 정의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당연히 순화된 표현으로 “제주 4∙3 사건(The Jeju April 3 Incident)”이라고 명명한다. 나는 이 사건을 협력자와 모리배, 상해 기반의 정상배들, 무뢰한으로 들끓었던 파시즘, 전체주의적인 한국 정부에 저항했던 풀 뿌리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운동이라고 부른다. 어떤 표현을 선택하든지 이 사태는 1948년 4월부터 1949년 5월까지 이어졌고 3만여 명의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마을은 불타고 사람들은 떼 죽음을 당했으며 살아남은 이들은 산으로 피신했다. 이러한 잔혹행위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작가 현기영은 한국 정부의 군대로부터 피신해 한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산에 숨어 살았던 사람들,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시신을 파먹던 까마귀들을 기억한다. 죽창이 찔린 머리통을 기억한다. 새로 수립된 한국 정부에서 파견된 마치 난징 및 중국 지역에서 제국주의 일본 군대처럼 미쳐 날뛰던 젊은이들을 기억한다. 폭도들의 귀를 잘라오라던 상부의 명령은 특히 섬뜩하다.

 

화자는 이 모든 것을 살아서 견디었고 40, 50, 60 쪽(번역본 기준) 부근에서 이 이야기를 회고한다. 이 모든 사건은 화자가 여덟 살 때 일단락된다. 한국 정부의 독재자는 이 모든 일을 덮어버리고 거짓말을 했으며 1990년대 후반 민주주의 시대에 이르러서야 제주도민 유족들은 살해된 가족들을 공개적으로 애도할 수 있었고, 대학살을 기억하기 위한 4·3평화공원 조성 사업이 진행됐다. 2006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은 제주도를 방문해 대규모 희생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기영의 이 소설은 한국문학번역원(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LTI Korea)과 달키 아카이브 출판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국문학총서의 두 번째 작품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이 번역한 현대 한국의 문학 작품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분류되는 듯 하다. 프란츠 카프카 범주에라도 속하는 듯, 현대 한국 사회의 공허함을 묘사하며 제정신이 아닌 듯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작품에는 자살과 죽음, 절규하는 분노가 존재한다. 작가 이기호(사과는 잘하죠, 2009>)와 한강(채식주의자, 2007)은 이 범주에 속한다.

 

그 중간에 1950년대의 비트 제너레이션이나 성장소설과 같은 범주가 존재한다. 김승옥(무진기행, 1964, 서울 1964년 겨울, 1965)과 장정일(아담이 눈뜰 때, 1990)이 여기 속한다.

 

그리고 조부모 세대 범주로서 이 세대가 얼마나 격세지감을 겪었는지, 초가집과 뒷간에서 산업화를 이루기까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 범주의 작가들은 자신의 유년기, 지난 71년간 한국의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겪은 격변에 대해 말하며 여기에는 항상 한 두 개의 정치적 운동이 포함된다. 박완서(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992)는 이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 작가다.

 

현기영은 마지막 범주에 속한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1991)는 제주도 시골에서 보낸 성장기를 묘사하는 150여 개 소제목으로 구성된다. 당시까지만 해도 제주도는 조용하고 독특하며 한반도 및 새로 수립된 한국 정부와 구분되는 정체성을 지지고 있었다. 박완서는 현재의 조부모 세대를 이해하려면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읽으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소설의 제목을 살펴보도록 하자. 소설은 화자 아버지의 죽음, 임종자리에서 시작한다. 숟가락에 대한 첫 번째 이미지는 5쪽(영역본 기준)에 등장한다. 화자는 아버지에 대해 “숟갈을 아주 놓아버린 것이었다” 라고 쓴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이덕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덕구는 자연스럽게 한국 정부뿐 아니라 미군정의 무력 조치에 대항해 제주도민의 자유를 수호하는 유격대의 리더가 된다. 작가는 이덕구의 죽음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두 팔을 벌린 채 옆으로 기울어진 얼굴, 한쪽 입귀에서 흘러내리다 만 핏물 줄기가 엉겨 있었지만 표정은 잠자는 듯 평온했다. 그리고 집행인이 앞가슴 주머니에 일부러 꽂아놓은 숟가락 하나, 그 숟가락이 시신을 조롱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보고 웃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이 지상에는 최소한 숟가락 하나가 언제나 존재하는 듯 하다.

 

또한 소설 속 배경 당시 제주도는 공식적으로 한국에 주둔했던 미군정 하에 있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당시 제주도 법질서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바로 미군정에 있었다.

 

하지만 현기영의 소설은 이러한 잔혹 행위를 넘어서 앞으로 나아간다. 유소년 시절에 중요한 것들—헤엄치기, 동물 잡기, 뛰어놀기—이 이어진다. 독자는 화자의 인도에 따라 그의 유년시절을 여행한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의 영역본은 2013년 제니퍼 M. 리가 번역했고 앞서 언급했듯 한국문학번역원(LTI)과 달키 아카이브 출판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국문학총서 중 하나다. 영어 번역은 단순하고, 1950년대식 어색한 영어 관용구의 사용으로 일반적으로 독자가 한국에 대해 머릿속으로 그리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오자의 개수도 심하게 많다. 작품 전체에서 10쪽마다 2~3개는 발견된다.

 

그럼에도 현기영은 감동적인 장면과 이야기, 전원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을 펼쳐낸다.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 여행할 수는 없지만 잘 쓰인 회고록을 읽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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