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2006) 글 김영하

<빛의 제국> (2006)

글 김영하

번역 김지영, Houghton Mifflin Harcourt (2010)

 

서평

그레고리 C. 이브츠

 

 

 

여러 해 동안 일반적인 영어권 독자라면 한국 문학에는 그닥 흥미로울 게 없다고 생각해왔다. 한국에서 출간했던 책들은 극심한 반공주의, 두꺼운 역사책, 김치와 사계절을 자랑하는 인류학 교과서, 기적의 경제 발전을 이룬 방법, 공장에서 자기 희생적인 스타하노프 운동가 남자들, 집에서 한복을 입고 자식을 양육하는 여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로 놀랍고 또 놀랍게도 1990년대 현대 한국문학의 실체가 있었다.

 

인구증가 추세에 따라 일련의 신진 작가들이 1990년대 말 작품을 발표하며 출판업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신경숙(1963년생), 공지영(1963년생), 한강(1970년생), 성석제(1960년생). 배수아(1965년생) 등 여러 작가들이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이들은 자신만의 언어로 서술하고 있었다. 출판 업계가 호황을 누리며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영어로 번역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취리히에 이르기까지 해외 독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김영하(1968년생)도 그 중 한 명이다.

 

순수 문학이라기보다 대중문학이나 가벼운 문학처럼 느껴지는 김영하의 작품은 장편소설이 최소한 11권이고 이 중 4-5권이 영어와 스페인어로 번역되었다. 영어권과 스페인어권은 세계 출판 시장 중 가장 큰 두 곳이다. 김영하의 작품은 독일어, 불어, 터키어, 네덜란드어, 리투아니아로도 번역이 됐다. 한국의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고 그의 스릴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도 제작된 한편 뮤지컬로 제작된 작품도 있다. 당연히 그는 지금 미국 맨해튼에 거주한다. 진정한 뉴요커인 셈이다.

 

“모든 것을 청산하고 즉시 귀환하라”

<빛의 제국>(2006)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이자 영어로 번역된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몇 페이지를 읽으면 후기 냉전시대 남한과 북한 사이 국제적인 스파이 스릴러가 펼쳐지고,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메울 만큼 팝컬처에 대한 참조가 풍부히 담겨있다. 등장인물은 하이네켄 사이로 총을 쏘고 비틀즈, B.B. King, 등등의 가수의 노래가 울린다. 폭스바겐, 셰익스피어, 멘솔 담배, 포르노, 모두가 자세하게 묘사된다. 마치 작가 김영하가 국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등장을 분명하게 선언하는 것 같다. 북한의 첩자조차 세계 소비주의와 팝 문화, 글로벌 트랜드의 일부로 등장한다.

 

미국의 TV 드라마 “24”처럼 <빛의 제국>도 24시간 동안 펼쳐진다. 각 챕터나 섹션이 한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오전 7시, 오전 9시, 오전 10시……촘촘하게 쓰여진 이야기의 마지막은 오전 3시와 오전 5시며 마침내 오전7시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 새날의 여명이다.

 

소설은 후반부에서 독자를 긴박하게, 마치 톱니바퀴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 속으로 몰아간다. 가족의 내력, 잃었던 연결, 선의의 배신이 층층을 이루며 마지막 페이지를 구성한다. 이야기는 1980년대 군부 독재 하 한국에서 펼쳐진다. 허튼소리, 1990년대 문민정부 탄생을 가져온 1988년과 1989년의 민주화 운동을 거친다. 김영하는 이 팝 스릴러 역사 소설을 통해 한국이란 국가가 지닌 현대 역사의 상처, 한반도가 조선 후기에서 현대 한국의 20세기의 존재로서 지닌 상처에 가장 위로가 되는 치료제를 발라준다. 그의 24시간 이어지는 행동은 식민제국주의, 착취, 공산주의, 협업, 분단, 두 개의 경제 시스템, 비밀, 또 비밀을 다룬다. 유일한 위로는 시간일 뿐이다. 똑딱똑딱 시간이 흐른다. 똑. 딱.

 

“여기는 롯데월드”

하지만 사실 이 작품에는 약간의 본드와 본 시리즈가 담겨 있다. 돈 드레이퍼(역주: 미국 TV 시리즈 “매드맨”의 등장 인물)처럼 소설의 주인공도 그가 추정하는 페르소나가 되어간다. “스파이”나 “첩보요원”이라는 전체 컨셉은 인생에 대한 알레고리와도 같다. 우리는 내부에서 생각하고 외부로 행동한다. 무엇이 진실인가? 장발장이 물었듯이 ”나는 누구인가?”

 

소설은 꽤 정교하게 두 명의 다른 등장인물과 함께 진행된다.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과 꼭 들어맞게 그에 대한 두 명의 지원자 아내와 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둘 다 자신만의 24시간 속도로 정체성을 깨닫기 위해 나아간다. 아내는 부정을 저지르고 소외되고 담배도 핀다. 딸은 십대로써 남자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숙제를 해내간다. 김영하는 두 사람, 아내와 딸의 사고 과정을 똑딱똑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 스파이의 24시간 속에 녹여낸다. 그가 알고 있던 인생은 틀림없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1장에서 세 사람 사이의 점프가 일어난다. 이 세 량 기차의 생각은 장에서 장으로 이동하며 서울과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엇갈리며 진행된다. 하지만 플롯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각 인물에 대해 그들의 내적 생각을 읽고, 내면의 감정을 느끼며 잘 알게 된다. 어떻게든 세 사람 모두 첩보요원이다. 세 사람 모두 일면 문자 그대로 그리고 비유적으로 스파이다.

 

특히 세계 최대의 실내 놀이공원인 롯데월드의 현란한 쇼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치범 수용소가 있는 국가 북한의 한치의 오차도 없는 진지한 퍼레이드를 비교할 때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그는 눈을 떴다. 몸은 무거웠고 입에서는 나는 구취가 풍겼다.”

김영하의 작품이 읽기 쉬운 만큼 지독한 문법적 오류가 있다—필요 없는 단어로 이전 에디션에서 삭제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 분명한—그것도 첫 번째 페이지 첫 번째 줄에. 작품의 두 번째 문장에 이처럼 명백한 실수를 남기는 것은 기껏해야 아마추어처럼 보이고 최악의 경우 무능하게 보일 뿐이다. 이러한 작품이 첫 번째 줄에 초등학교 수준의 오류를 남겼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이 일이 북한에서 일어났다면 번역가와 출판사 혹은 둘 다 소환되어 눈이 가려진 채 담배 한 모금을 피운 후 총살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곳은 남한이므로 독자들은 그저 혀를 끌끌 차고 지나갈 뿐이다.

 

로스앤젤레스리뷰오브북스(The Los Angeles Review of Books)[1]는 2013년 한국문학에 관심을 보이며 특히 김영하를 주목했다. 1990년대 이전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해 콜린 마샬은 다음과 같이 썼다. “……과도한 멜로드라마, 국가의 전반적 불행, 특히 남한과 북한의 분단에 대해 당황스러울 정도로 직접적인 명상……” 창문을 열고 새로운 돌풍을 맞듯이, 김영하와 1990년대 한국문학 작가들은 황량하고 음울했던 1990년대 이전 영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에 대한 치료제와 같다.

 

정리하자면 <빛의 제국>은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어서 한 나절이면 다 읽을 수 있고 캐릭터에 몰입할 만큼 충분히 페이소스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말이 매우 놀랍다. 즐거운 독서 경험이다.

[1] “Lost Causes: The Novels of Kim Young-ha,” Colin Marshall. Los Angeles Review of Books, May 18, 2013. https://lareviewofbooks.org/article/lost-causes-the-novels-of-kim-young-ha#!

 



Categories: Uncategorized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d bloggers like this: